•─ ♡ ✝️ 창작, 신앙시

빈손의 기도. 그 분의 손

은혜의 단비 2026. 6. 24. 20:13

  빈손의 기도

✍️ 시ㅡ 온기은

 

새벽은

언제나 빈손으로 온다.

 

밤새 움켜쥐었던 걱정도

날이 밝으면

이슬처럼 풀잎 끝에 매달려 있다.

 

나는 또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선다.

 

내세울 것도,

자랑할 것도,

끝내 지켜 냈다고 말할 것도 없이.

 

그런데도

주님은 나를 책망하기보다

동쪽 하늘을 먼저 열어 보이신다.

 

꽃은

스스로 피었다고 말하지 않고,

 

강물은

제 힘으로 

바다에 이르렀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 또한

오늘 하루를 살아낼 힘이

내게서 비롯되지 않음을 안다.

 

넘어진 자리마다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시고,

 

메마른 마음마다

작은 샘 하나 숨겨 두시는 분.

 

그래서 믿음은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한 걸음 더 걸을 힘이 없어도

주님의 손을 놓지 않는 일.

 

저물녘이 되어

하루의 그림자가 길어질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주님을 붙든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하루 종일

나를 붙들고 계셨음을

 

 

그분의 손

✍️ 시 ㅡ온기은

 

겨울 끝,

나무는 끝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었다.

 

잎 하나 남지 않은 가지마다

빈 기도가 매달려 있었다.

 

밤새 얼어붙은 뿌리 아래

누가 먼저 다녀갔을까.

 

보이지 않는 손길 하나,

검은 흙 깊숙이

봄의 불씨를 묻어 두고 갔다.

 

어느 날,

상처뿐인 가지 끝에서

연둣빛 한 마디가 돋아났다.

 

아무 소리도 없이.

아무 자랑도 없이.

 

꽃은

자신을 피운 손을 말하지 않는다.

 

새순 또한

제 힘으로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은은한 향기를 남길 뿐.

 

나도 그렇다.

 

무너졌던 날들보다

다시 일어선 날들이 많은 것은

내가 강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 하나,

 

한 번도 나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창작, 신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회는 단 한번 입니다  (1) 2026.06.24
ㅡ아프고 힘든 시간속에서 ㅡ  (1) 2026.05.26
🌿겨울강🌿  (0) 2026.05.24
고난속에 있을지라도  (0) 2026.05.24
홀로 걷는 믿음의 길에서  (0)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