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조,창작 시

향기를 남기는 일

은혜의 단비 2026. 6. 24. 20:34


향기를 남기는 일

✍️ - 詩. 淸照 온기은

 

산은
제 깊이를 말하지 않고

 

숲은
제 그늘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 사이

 

아무도 찾지 않는 볕 한 줌에
들꽃 한 송이 피어 있다

 

이름을 불러 주는 이 없어도

 

꽃은
향기를 잃지 않고

 

발길 머물 사람 없어도

 

꽃은
꿀 한 방울 품은 채
하루를 건넌다

 

문득

 

지나가는 바람 하나
스치는 새 한 마리도

 

꽃에게는
오래된 안부가 되는 것일까

 

저물녘 산길에

 

꽃은 끝내
외롭다는 말을 남기지 않는다

 

제 향기를 다 내어주고도

환하게

한 생을 피워내고 있으므로

 

 

 

들꽃은 외롭지 않다

  ✍️  - 詩. 淸照 온기은

 

산 그림자 깊어지는 곳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는 자리에서
한 송이 들꽃이 핀다

 

바람은 스쳐 가고
새들도 제 길을 가지만

 

꽃은
향기를 접어두지 않는다

 

작은 입술 같은 꽃잎 끝에
한 방울 꿀을 매달아 두고

 

먼 길에 지친 나그네가
잠시 머물다 갈 그늘 하나를
가만히 내어준다

 

불러 주는 이 없어도

 

꽃은 꽃의 일을 하고

 

찾아오는 이 없어도

 

제 안의 봄을
조용히 흩뿌린다

 

그래서일까

 

산야의 가장 깊은 곳에서도

 

들꽃은
혼자 피어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행복 하나 심어 놓고 가기에

 

 

( 시집 수록용) "향기를 남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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