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남기는 일
✍️ - 詩. 淸照 온기은
산은
제 깊이를 말하지 않고
숲은
제 그늘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 사이
아무도 찾지 않는 볕 한 줌에
들꽃 한 송이 피어 있다
이름을 불러 주는 이 없어도
꽃은
향기를 잃지 않고
발길 머물 사람 없어도
꽃은
꿀 한 방울 품은 채
하루를 건넌다
문득
지나가는 바람 하나
스치는 새 한 마리도
꽃에게는
오래된 안부가 되는 것일까
저물녘 산길에
꽃은 끝내
외롭다는 말을 남기지 않는다
제 향기를 다 내어주고도
환하게
한 생을 피워내고 있으므로
들꽃은 외롭지 않다
✍️ - 詩. 淸照 온기은
산 그림자 깊어지는 곳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는 자리에서
한 송이 들꽃이 핀다
바람은 스쳐 가고
새들도 제 길을 가지만
꽃은
향기를 접어두지 않는다
작은 입술 같은 꽃잎 끝에
한 방울 꿀을 매달아 두고
먼 길에 지친 나그네가
잠시 머물다 갈 그늘 하나를
가만히 내어준다
불러 주는 이 없어도
꽃은 꽃의 일을 하고
찾아오는 이 없어도
제 안의 봄을
조용히 흩뿌린다
그래서일까
산야의 가장 깊은 곳에서도
들꽃은
혼자 피어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행복 하나 심어 놓고 가기에
( 시집 수록용) "향기를 남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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